영어몰입교육 10문 10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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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어로 하는 영어교육'이 영어몰입교육 아닌가요?

영어몰입교육(immersion education)과 '영어로 하는 영어교육'(TEE : Teaching English in English)와는 다릅니다. TEE는 정규 영어수업 시간에 영어로만 영어수업을 하는 것입니다. 영어수업 시간에 하는 활동, 설명, 문답, 토론 등을 영어로만 하면 이해하는 학생도 있지만 알아들을 수 없는 학생도 있기 때문에 TEE도 교육현장에서 100% 적용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영어몰입교육은 영어교과 시간 뿐만 아니라 수학, 과학, 미술, 체육 등 다른 과목도 영어로 수업하는 것입니다. 즉 제2언어를 가르치기 위해서 정규 교과시간에 모국어 대신 제2언어를 주로 사용하는 수업을 말합니다.

'몰입'(immersion)이라는 말은 2차 세계대전 때 해외 파병군들에게 실시하던 집중 언어훈련 프로그램에서 최초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다 1960년대 중반 영어와 불어를 함께 쓰는 캐나다 퀘벡에서 처음 몰입교육이 시도되었습니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학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제2언어인 불어를 학습시키기 위해 정규 수업시간에 불어를 사용했는데 이 때 처음 개발된 것이 ‘몰입교육’입니다.

 

2. '영어몰입교육'을 하면 국어, 역사 시간도 영어를 써야 한다던데…

캐나다의 사례에서 보듯이 몰입교육은 습득하려는 언어가 공용어 또는 제2언어인 나라에서 적용되고 있습니다. 몰입교육을 하고 있는 미국, 호주, 아일랜드, 뉴질랜드, 싱가포르,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의 나라들은 영어를 모국어나 제2언어로 사용하는 제2언어 교육환경(ESL : English as a Second Language)의 국가들입니다. 영어를 외국어로 가르치는 한국에는 적용되기 힘든 교육방법입니다.

따라서 정규 교과시간을 몰입교육으로 운영한다는 것은 그 나라에서 영어를 이중언어로 사용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모국어와 비슷한 등급으로 영어를 놓고 공교육에서 영어를 제2언어로 사용하려는 정책을 도입하는 시초라는 것입니다.
이러함에도 모국어와 자기역사마저 외국말로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일부 몰지각한 정치가와 교육관료들이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도 아닌데 제 나라의 말과 역사를 영어로 배우라는 것은 기존의 교육체계를 완전히 전복시키는 것이며, 학생들이 모든 과목을 모국어로 배울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입니다.

 

3. '몰입교육'이 기존의 영어교육법과 특별히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몰입교육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우선 학교에서 수학, 과학 시간에 배운 영어를 학교밖에서 계속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국, 일본, 중국과 같은 외국어 교육환경(EFL : English as a Foreign Language)에서는 사용할 수도 없고 사용해서도 안 되는 교수법입니다. 또 이 프로그램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능숙한 이중언어 교사가 확보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유능한 수학교사, 과학교사이면서 동시에 영어도 능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편 몰입교육이 실시되려면 현재 학생들이 배우는 내용을 그대로 영어로 번역해 놓은 교과서도 함께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만약 수학, 과학 시간에 영어로 가르쳐서 수학, 과학 실력이 떨어질 것이 예상된다면 몰입교육을 해서는 안 됩니다.

이를 몰입교육의 특성에서는 '가산적 이중언어사용'(additive bilingualism)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몰입교육 때문에 모국어 발달이 뒤처지거나 다른 교과 학습에 결손이 생긴다면 결코 시도해서는 안 되는 교육방법인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일부 사립초등학교 학생들은 몰입교육을 받고 있는 과목을 이해하지 못해 학교 밖에서 과외비를 들여 배우고 있습니다.

 

4. 현재 한국에서 영어몰입교육을 하고 있는 곳은 어떤 학교들인가요?

1996년 한국에서는 최초로 서울영훈초등학교가 몰입교육을 도입한 후에 일부 사립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영어몰입교육을 해왔습니다. 삼성 이건희 전 회장의 손자가 다닌다는 영훈초등학교는 한 학급의 담임이 내국인 1명, 외국인 1명 해서 2명이나 됩니다. 1년에 1,000만원 가까운 교육비가 드는 영훈초등학교는 미국 초등학교에서 사용하는 교재들 중 한국 수업내용과 관련된 부분을 정리하여 가르치고 있다고 합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중언어에 능통한 교사도 없고 교과서도 없는 영훈초등학교의 아이들은 몰입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방과후에 또 영어과외를 받습니다. 한 3학년 외국인 담임은 "학부모들은 교사가 마술봉을 휘둘러 영어를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해리포터가 아니다. 영어교육에 특별한 방법은 없다."고까지 고백하였습니다.

지난 2월 대통령인수위원회 '어륀지 파동' 이후 몰입교육을 하는 사립초등학교가 크게 늘었고 심지어 공립초등학교조차 정규 수업시간에 실시하고 있다고 발표되었습니다. 지난 7월 28일 영어몰입 연구학교인 서울광남초등학교를 비롯하여 서울시내 30여 개의 공사립 초등학교가 몰입교육을 하고 있다고 밝혀졌습니다. 제주도 또한 서귀포초등학교를 포함하여 3개의 초등학교에서 영어몰입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한편 1년 등록금이 1,500만원이나 되는 민족사관고와 3년 교육비가 3,000만원에 달하는 청심국제중이 영어몰입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례에서 보듯이 한국의 영어몰입교육은 영어를 잘 하기 위한 교육적 목적으로 들여온 것이라기보다 명문대 진학을 위한 귀족학교인 특목중, 특목고 입학의 수단으로 활용되어 온 측면이 많습니다.

 

5. 다른 나라들의 영어몰입교육 사례는 어떠한가요?

2003년부터 초중고 수학, 과학을 영어몰입으로 가르치고 있는 말레이시아가 대표적인 나라입니다. 말레이시아는 다민족, 다인종 국가로 200년 가까이 영국의 식민지였으며 말레이어가 공용어이고 서로 다른 민족끼리는 영어를 쓴다고 합니다. 6년 가까이 몰입교육을 해온 결과 80%의 학부모들이 사교육을 시키고 있습니다. 한 달 수입의 20%를 영어 사교육에 투자하고 있다고 합니다. 택시기사 무스리 씨는 "아이가 세 명이라 영어 사교육을 위해 아내가 일해야 한다"고 한숨짓습니다. 한 학급 25명 가운데 30~40%인 8~10명 정도는 수업을 따라오지 못하여 방과후에 나머지 공부를 합니다. 한 초등학교 학원장은 “사교육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방치되고 있다”고 증언합니다.

영어몰입교육을 하지 않아도 국제학업성취도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핀란드는 한때 수학을 영어로 가르친 적이 있지만 원리 설명의 어려움과 난이도 높은 문제를 영어로 설명하기 힘들어 폐기하였습니다. 대신 핀란드는 정규 영어시간의 질을 높이기 위해 영어 교수법을 개발하고, 영어교사들의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투자하는 등 영어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준비만 10년 동안 했다고 합니다.

 

6. 부작용이 있더라도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몰입교육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우리보다 영어회화를 잘 못하는 일본은 완벽한 국가적 영어번역 시스템으로 세계적인 지식강국이 되었습니다. 일본은 모든 사람이 영어를 잘 하는 것보다 영어를 잘 하는 사람들이 빨르고 정확하게 저렴한 번역서를 내놓아 다수의 일본인들이 지식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공교육은 생각하는 힘, 스스로 살아가는 힘을 키우는 것에 중점을 두고 영어는 그 다음이라는 철학으로 지금껏 초등학교에서도 영어를 정규 교과목으로 가르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철학 덕분인지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수상한 9명 가운데 7명이 해외유학을 가지 않고 순수하게 국내에서만 공부한 과학자들입니다.

우리나라는 지금 제주도나 경제자유구역 등의 지역 전체를 영어 상용지역으로 만들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대 영어교육과 이병민 교수는 “현재 국제 무역은 영어가 주도하고 있지만 이러한 경향이 계속될지는 뚜렷하지 않다. 특히 아시아와 중남미 경제권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어떤 언어가 무역의 중심언어로 등장할지는 미지수이다.”라고 주장합니다.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중국어, 일어를 비롯한 아시아 언어들과 중남미 언어 등 다양한 외국어를 습득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 비보이들이 영어 한마디 못해도 외국에 나가서 몸으로 세계를 흥분시키고 있습니다. 박태환 선수가 영어를 잘 해서 세계 수영을 놀라게 하고 봉준호 감독이 영어를 공부를 잘해서 작품성과 흥행성을 갖춘 영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진정한 국제경쟁력은 영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회 각 분야의 전문적인 실력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7. 그래도 학교에서 영어를 더 많이 사용하면 잘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외국어 교육환경에서는 영어를 언제 시작하느냐보다 영어를 학습하려는 강한 동기를 가지고 의미있고 강도 높은 학습을 얼마나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영어학습에 대한 흥미와 동기를 가지고 의미있고 강도 높은 학습을 4,000시간 이상 하지 않으면 의사소통 능력을 갖춰지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모든 한국의 학생들이 이런 학습과 실력을 갖추는 것은 영어몰입교육을 해도 불가능한 이야기이며 차라리 이민을 가는 것이 낫다고까지 이야기합니다. 무엇보다 왜 모든 아이들이 영어회화를 원어민처럼 잘 해야 합니까?

가수 신해철 씨는 인수위의 영어몰입교육에 대해 “어떤 버드 해드 띵킹의 발상인지 코리안 트로디셔널 캔디 같은 소리(새 대가리에서 나온 엿 같은 소리)”라고 비꼰 적이 있습니다. 그는 평생 영어를 쓸 필요가 없는 사람들에게 영어를 강요하며 사교육을 부추기는 것은 반민주적인 일이라고 역설했습니다. 영어를 매우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영어를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국의 국제중학교나 외국어고등학교는 내신의 불리함을 감수하고라고 명문대를 진학하기 위한 도구가 되었지 진정한 의사소통 중심의 영어교육을 위한 교육과는 거리가 멉니다. 정부는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명문대로 가기 위한 도구가 돼버린 영어교육부터 정상화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8. 그런데도 대통령, 교과부장관, 교육감들은 몰입교육을 하려는 건가요?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무려 초기 건립비만 1,000억원이 든 파주영어마을 세우자 기초자치단체조차 우후죽순 영어마을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서울시장으로 있을 때 초기 건립비만 600억원이 든 수유영어마을을 만들었습니다. 방학 때 수천만원, 수백만원을 들여 영어캠프를 가는 수요을 국내에 흡수하기 위해 지었다는 영어캠프 프로그램은 한 번 가면 다시는 가지 않아도 되도록 만들어졌는데도 천문학적인 세금이 들어간 것입니다. 이렇게 만든 영어마을들이 모두 적자를 면치 못해 민간에 위탁하거나 학기중에 학생들을 강제로 입소시키는 반교육적인 행정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대통령, 교과부장관, 교육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사교육비에서 영어가 차지하는 비율이 40%에 달하고 이는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학교에서 원어민들의 수업을 알아듣지 못하는 학생들이 영어를 더 많이 배워야 하고, 특목고 진학을 위한 영어열풍이 영어사교육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영어 사교육을 잡는다고 공교육에서 아침시간, 수업시간, 방과후시간, 방학기간 등의 영어교육을 확대․강화하고 몰입교육까지 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영어몰입교육은 오히려 영어교육 인플레이션(영어교육에 과잉 투자하여 과도한 선행학습을 하는 현상)을 가중시켜 사교육비만 더 부추길 것이 뻔합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과목을 모국어로 배울 수 있는 권리를 빼앗고 사교육 광풍을 일으킬 영어몰입교육은 당장 중단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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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제주도에 영어몰입교육을 하는 학교가 만들어지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지난 8월 12일 한나라당 제주도당이 마련한 「제주영어교육도시 조성 방안」 정책토론회에서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일부 개정법률안’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되었습니다. 제주도의회의 동의와 제주도민들의 의견수렴도 거치니 않은 이 법안 때문에 수천만원짜리 유치원과 초중학교를 허용하는 국제학교가 문을 열게 된다. 이렇게 문을 연 국제학교가 벌어들인 이익금을 본국으로 송금할 수 있어 학교가 돈벌이의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짙습니다.

또 이들 학교에서는 기본교육을 이수하지 않아도 학력을 인정해줘 국내외 명문대 진학을 위한 입시명문학원이 될 우려가 큽니다. 몇 억원씩 교육비를 투자할 수 있는 소수 부유층의 명문대 진학을 위한 도구로 전락할 국제학교는 제주도민에게 이익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열악한 지방재정에 손해만 입히게 될 것이 뻔합니다. 제주도에 몰아치는 영어광풍, 몰입열풍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제주도민들을 위한 질높은 공교육은 멀어지고 부유층의 대물림을 위한 교육투기장으로 전락하고 말 것입니다.

 

10. 영어몰입교육을 막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앞서 말했듯이 한국은 영어몰입교육을 할 수 있는 교육환경도 아니고 그런 여건과 인력도 갖추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소수 부유층들의 부의 대물림을 위해서 영어몰입교육이 활용되고 그런 부유층이 일으킨 영어인플레이션이 모든 계층의 아이들과 학부모의 삶을 피폐화시키고 있습니다.

인수위 어륀지 파동 이후 이명박 대통령은 ‘영어몰입교육을 해서도 안 되고 할 수도 없다’고 말했지만 재선과 인기에 영합한 시도 교육감들은 몰래몰래 몰입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미친소 미친교육을 향한 전국의 촛불집회로 주춤했던 영어몰입교육이 지금 제주도에서 합법적, 전면적으로 시행되려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모국어로 교육받을 수 있는 정상적인 권리를 침해하는 영어몰입교육에 반대하고 이 정책이 가져다 줄 반교육적인 효과들에 대하여 서로 이야기하고 알려야 합니다. 국제학교가 만들어진다면 그 이익금이 외국으로 빠져나가거나 학교영리법인이 독차지할 것에 대해서 제주도민들이 인지할 수 있게 시민사회단체들의 선전활동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제주도가 영어교육 장사치들이 판치는 시장판으로 변한다면 경제자유구역을 비롯하여 제2, 제3의 제주영어도시가 생겨날 수밖에 없습니다. 나라 전체가 영어교육 시장판으로 바뀔 수도 있는 이 방안에 대한 저지 투쟁을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합니다.

이 투쟁은 제주도민들만의 투쟁이 되어서는 안 되며 전국의 모든 사람들이 함께 해야 할 싸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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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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